여전한 강력함에 달라진 외관으로 새롭게,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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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숙성을 하면 그 가치가 올라간다. 제품의 숙성 연수가 오래될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렇다고 무작정 오래 놔둔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술도 숙성이 되기 위한 조건, 습도나 온도 등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야 하고, 주기적인 체크를 통해 잘 숙성이 되는지, 변질되진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술 자체의 품질도 우수해야 숙성을 거쳐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나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 좋은 평가를 받았던 모델이나 엔진을 크고 작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켜 내놓는 것을 두고 숙성이라고 하지, 변화나 개선 하나 없이 계속 같은 형태로 내놓는 것은 오랫동안 우려먹었다는 의미로 ‘사골’로 표현한다.
스즈키가 2005년에 선보인 3세대 GSX-R1000의 엔진의 경우 당시에도 여러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였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끊임없는 개선과 수정으로 다른 모델에 적용되고 있으므로 ‘숙성’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엔진이다.
이 직렬 4기통 999cc 엔진은 실린더 스트로크가 59mm에 달하는 롱 스트로크 특성을 지녀 중저속에서의 파워와 토크가 우수해 일상적인 주행에 사용하기 적합한 특징을 가진 만큼 스즈키는 이 엔진을 베이스로 GSX-S1000을 발표하고, 이후 스포츠 투어러인 GSX-S1000F와 전설의 부활 카타나로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 오늘 만날 모델은 신형 GSX-S1000이다. 스포츠 네이키드인 GSX-S1000은 출시부터 지금까지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어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라이더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올해 새로운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신형 엔진을 적용한 새로운 GSX-S1000이 출시된 것이다.
우선 외관부터가 스즈키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이전 스즈키 모델들의 특징은 부드러운 곡선미가 디자인 특징 중 하나였는데, 이번 모델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철저하게 각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델임을 시각적으로 먼저 보여준다. 디자인 콘셉트는 전투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이러한 변화된 디자인 기조는 뒤이어 선보인 GSX-S1000GT에도 이어지는데, 신형 카타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전면부로, 헤드라이트 커버를 비롯해 연료탱크, 윙렛에까지 각을 바짝 세워놓으니 근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윙렛의 경우 전면의 다운포스를 높여주는데, 그러면 앞바퀴 그립력이 높아져 훨씬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기에 최근 슈퍼스포츠 모델에서 많이 적용되는 파츠가 네이키드로 점차 확대되는 것이다.
측면에서 차량 전반을 살펴보면 평행을 이룬 대각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면부 카울을 비롯해 연료탱크의 굴곡들, 윙렛의 각도, 시트에서 후미로 이이지는 선들까지 전부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대각선으로 구성됐는데, 공격적인 스타일 연출의 목적으로 보인다. 계기판 후면이나 라디에이터 커버 등에는 최근 많이 사용하는 카본 패턴이 아닌, 흑백의 카모 패턴을 적용했는데 유니크한 느낌이 좋다.
앞 브레이크는 브렘보 모노블럭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달아 높은 수준의 제동력을 확보했으며, 서스펜션은 KYB의 43mm 조절식 역방향 텔레스포픽 포크로 스포츠 성능을 강화했다. 계기판은 LCD 방식인데, TFT 스크린을 많이 사용하는 최근 추세에선 조금 아쉬운 선택. 그래도 시인성은 우수하고, 메뉴를 호출해 차량 설정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등화류에는 모두 LED를 채택해 전력 소모는 낮추고 내구성과 광량은 끌어올렸다.
어쩌다보니 이번 달에 단기통부터 2기통, 3기통에 4기통까지 다양한 기통수의 모터사이클을 모두 경험하는 드문 경험을 했다. 그중 가장 진동이 적은 모델은 역시 4기통인 GSX-S1000이었다. 진동은 덜해도 출력은 가장 높아 출발 전 주행모드를 레인 모드인 C로 낮췄다. 그럼에도 확실히 강력한 힘은 출발부터 느껴진다. 중저속 중심의 세팅이 적용된 엔진은 클러치가 연결되는 순간부터 한 차원 다른 파워를 보여준다.
교통량이 많은 시내를 빠져나가 스로틀 레버를 당기기 시작하자 기지개를 피듯 파워가 서서히 뿜어지기 시작한다. C 모드로 맞춘 상태라 한계점 이전에선 풀 파워가 모두 뿜어지는 건 아님에도 살짝 버거워지는 느낌에 속도를 살짝 낮추게 된다. 가장 강력한 A모드가 날카로운 화살같은 느낌이라면, C 모드에서는 파워는 덜해도 무엇이든 밀고 나갈듯한 공성추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루기는 한결 수월하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긴장감 속에서도 즐거움을 주는 건 GSX-S1000의 경쾌한 움직임이다. 모터사이클들이 상향 평준화되기 시작하며 밸런스 역시 예전의 다루기 힘든 날카로움 대신 다루기 쉬운 경쾌함으로 변화하는 추세인데, 이는 GSX-S1000도 마찬가지다. 커브 구간에서도 라이더가 빠른 움직임을 원하면 빠르게, 느린 움직임을 원하면 느리게 움직여주는, ‘모터사이클을 수족처럼 다룬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최적의 밸런스를 갖췄다. 오랜 시간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온 내공은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스포티한 주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와 퀵 시프트의 조합도 좋다. 클러치 조작 없이 퀵시프트 만으로 변속해가며 가속하는 그 느낌,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코너 진입 전에도 쭉 가속해 오다 브레이크를 슬쩍 걸어주며 기어를 탁탁 내려줄 때 뒷바퀴가 불안하게 튀는 일 없이 부드럽게 감속되는 그 느낌도 좋다. 그 후에는 코너링에 집중하고 재가속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 주행을 이어나가기만 하면 된다. 트랙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만한 움직임과 성능이지만 확인할 기회가 없는 것이 아쉽다.
‘스트리트 파이터’라고도 부르는 스포츠 네이키드, 각 브랜드들이 나름의 특성을 담은 모델들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즈키의 대표모델인 GSX-R1000의 심장을 공유하는 GSX-S1000으로 사랑받아온 스즈키가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면 성능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 것. 2005년부터 지금까지 슈퍼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며 충분히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편하게, 즐겁게,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형 GSX-S1000이라면 일반도로에서든, 와인딩 코스에서든 모터사이클과 한 몸이 되어 라이딩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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