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파 경량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 야마하 트레이서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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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921회 작성일 17-05-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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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서 700은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모델이다. MT-09 트레이서가 MT-09를 베이스로 꾸민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라면, 트레이서 700은 MT-07을 베이스로 만들었다. 트레이서 700은 유럽 야마하가 현지에서 가장 잘 팔고 있는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트레이서 700을 탈 수 있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휴가를 핑계 삼아 알프스 산맥을 달릴 모터사이클을 찾다가 렌탈 바이크 숍에서 트레이서 700이 저렴한 가격 조건으로 나와 있던 것이다. 기존에 생각해 두었던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 급보다 1/3 가격이 빠진 조건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바이크이기에 호기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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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유럽에서의 포지션은 스포츠 투어링 모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기종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려나간 MT-09 트레이서보다 한 단계 아랫급으로 한결 부담 없고 작은 엔진과 실속 있는 사이즈의 차체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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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레이서 700을 마주하니 한국에서 자주 마주쳤던 트레이서 900(MT-09 트레이서)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배기량만 다른 정도가 아니라 차체 전체를 감싸는 페어링의 디자인 감각이나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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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아래 급이긴 하지만 페어링 디자인은 훨씬 간결하고도 세련됐다.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마치 로봇 같은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졌던 MT-09 트레이서와는 달리, 덩어리로 연결되어 원피스 구조로 양옆을 덮는 사이드 페어링, 그리고 큰 눈망울을 가진 듀얼 헤드라이트와 높게 솟은 윈드스크린 등이 도회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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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에 올라 라이딩 포지션을 살펴보니, 이것이야말로 동양인에게 적합한 사이즈라고 생각됐다. 시트의 갸름한 폭과 연료탱크의 날씬한 형상, 그리고 핸들 라이저를 통해 높이를 크게 조절한 핸들 바가 어깨 안쪽으로 쏙 들어왔다. MT-09 트레이서보다도 훨씬 단출하고 부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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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흔들어보면 무게도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실제 무게는 장비중량 196kg이다. 연료탱크를 가득 채워도 중량감이 적으며 대형 바이크같은 중압감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시트높이는 835mm로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 안장에 앉아보면 발을 땅에 대기 쉽게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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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바는 기존의 MT-07보다 훨씬 높다. 다소 전경자세를 유도했던 스트리트파이터식 MT-07의 스타일보다 편하다. 상체가 확 일어서며 시야가 탁 트인다. 전방으로는 두툼한 사이즈로 펼쳐진 양 옆의 사이드 페어링과 위로 솟은 윈드스크린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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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어보면 MT-07과 동일한 엔진이 가볍게 회전한다. 689cc 병렬 2기통 4스트로크 엔진. MT-07은 더 가벼운 무게로 아주 산뜻한 가속감과 클래스를 상회하는 운동성을 발휘했는데, 트레이서 700은 아무래도 페어링이 늘어나고 장비가 늘었으므로 조금 무딜테고, 게다가 투어링 바이크 특성상 모든 면에서 부드럽게 세팅됐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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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배기음을 뒤로하면서 1단부터 속력을 높여보니 경쾌한 특성이 전혀 죽지 않았다. 스로틀을 전면 개방해 풀 가속하면 시속 180km까지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다. 5단에서도 이미 200km/h가깝게 가속한다.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에서 이 정도 속도로는 빠르다고 할 수 없었지만 분명 수치상 파워보다는 훨씬 상쾌한 가속감을 내고 있었다. 페어링을 장착하고도 MT-07의 경쾌함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게다가 톱케이스, 사이드케이스에 다양한 장비를 가득 채워 무게가 꽤 나가고 있었음에도 가속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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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저회전부터 힘이 좋다. 2,000rpm부근은 툴툴대다가도 3,000rpm부터는 가속이 붙는다. 오버드라이브 기어인 6단만 아니면 가속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대로 10,000rpm 부근까지 힘이 죽지 않는다. 아주 고른 파워 그래프를 그리지만 그렇다고 심심한 엔진 특성은 아니다. 가벼운 차체 무게를 이용해 트레이서 700의 엔진은 언제나 상쾌한 가속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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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진입하자 알프스 산맥까지 순식간이다. 도로 양쪽으로는 아직도 눈이 뒤덮인 겨울 풍경이지만 투어링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로드가 접지력을 잃지 않게 도왔다. 아스팔트는 서늘했지만 엔진은 여전히 활기차게 돌았다. 급경사가 지속되는 180도 커브에서도 걱정없이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어뿐 아니라 땅바닥을 끈기있게 치고나가는 엔진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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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서 700은 정립식 포크와 경량 프레임, 스윙암으로 연결된 간단한 구성이어서 차체 전체의 일체감은 마치 쿼터급 바이크같이 다루기 쉽다. 이런 점이 톡톡 튀는 가속감의 엔진과 어울려서 와인딩이 아주 즐겁다. 지겨울 만큼 급 코너링이 많은 알프스 투어링에 딱 맞는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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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구조적으로 고급스럽지 못한 구성이다. 평평한 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느끼기 어렵지만 요철을 연속적으로 만나면 사실 유쾌하다고 보기 어렵다. 급이 낮은만큼 예상했던 바라 관계없었지만, 아무튼 딱 미들급 온로드 바이크가 맞다. 작동 폭도 짧고, 충격흡수력도 거의 로드스터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잘 닦인 길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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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특성도 무척 솔직하다. 전륜 282mm 사이즈 디스크 로터를 양쪽으로 장비했고, 리어는 245mm인데 앞 뒤 모두 제동력은 무난하다. ABS는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급경사나 코너링에서 리어브레이크를 자주 활용하는 편인데, 직결감이 좋고 산맥을 오르내리면서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일관성에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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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사양 부문에서도 썩 괜찮았다. 일단 앞 윈드스크린은 수동식으로 조절이 된다. 최대 높이로 높이면 그럭저럭 고속주행까지도 커버가 된다. 시속 200km까지 내는데 이 윈드스크린이 큰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소나기가 잦았는데, 우비 하나 걸치고도 평온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기능적으로 배치된 윈드스크린 역할이 컸다. 최소 높이로 낮추면 시야를 가리지 않고 바람맞으며 상쾌하게 달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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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기본 설치된 핸드 가드다. 방풍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이 가드는 디자인적으로도 무척 우수하다. 트레이서 700의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가 바로 차체와 같은 색상으로 도장된 핸드 가드. 보기에도 좋고 바람도 잘 막아준다. 사실 막아준다기보다 흘려보내 준다는 표현이 정확히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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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헤드라이트는 평소 하향 작동 시 한쪽만 들어오지만 광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리어 브레이크 램프는 LED로 흡사 MT-09와 같고 미래지향적인 뒷모습에 일조하고 있다. 톱케이스는 야마하 순정 액세서리이며 사이드케이스는 헵코 앤 백커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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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효율은 달리기 마련이다. 약 60~80km/h로 달리면 순간연비가 30km/L까지도 나오지만 고속도로에서 풀 스로틀하며 마구 달리면 리터당 10km밑으로 떨어진다. 평균적으로는 15~20km/L정도가 기록됐다. 많은 마을을 지나면서 속도를 줄이고 또 다시 산을 넘으면서 가속하고를 반복한 것치고는 선방이다. 

연료탱크는 17리터로 스포츠 투어링바이크 치고는 적당하다. 배기량 대비 연료효율이 나쁘지 않아 연료 용량이 부족하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물론 멀리 갈수록 대용량이 든든하고 좋겠지만, 그러면 차체 무게가 더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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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팔리고 있는 MT-07과 같은 트레이서 700의 엔진은 단 75마력도 안 되는 파워를 가졌지만 파워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상쾌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아우토반에서도 상당히 잘 달려줬고, 체급을 생각하면 기특하기 그지없다. 타는 내내 ‘이런 모델이야말로 우리나라 도로 상황이나 투어링 여건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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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MT-07이 출시되면서 호평을 얻었던 부분은 바로 경쾌하고도 직설적인 엔진 특성, 그리고 가볍고 다루기 쉬운 핸들링, 보편적이고도 마음 편한 운용성이다. 트레이서 700은 그런 로드스터특성의 바이크를 타고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바꾼 모델이다. 타국의 새로운 길을 함께 하기에 아주 좋은 파트너였으며, 언제나 예측가능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바이크였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좁게 유턴하기도 좋았고 앞뒤로 옮기며 주차하기도 편했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이 바이크를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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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는 파워와 넉넉한 포지션이 장기인 MT-09 트레이서에서 조금 더 힘을 뺐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은 파워와 실용성, 그리고 세련된 외모를 가진 트레이서 700(MT-07 트레이서)이 유럽시장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했다. 도심,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도 흠잡을 구석이 없었고, 무엇보다 어느 상황에서도 신뢰가 생기는 일관적인 반응의 바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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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07의 장기를 잘 살리면서도 실용적인 패키지를 더한 트레이서700. 그렇다면 가격표는 어떨까?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도 현지가격 기준 1,000만 원 아래의 저렴한 가격표를 달았다.  ‘안 팔리면 이상한’ 바이크다. 물론 상급 모델에 비하면 이렇다 할 전자장비도 전혀 없고,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최근 만난 바이크 중 가장 격식 없고 속이 꽉 찬 투어링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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